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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진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에게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은 대사 전달력입니다. 발음도 정확해야 하고, 느낌도 잘 살려야 하죠. 말이 중요한 연극이 월드투어라니, 가능할까요? 자막이 옆에서 지나가긴 했지만, 자막만 보고 있으려니 배우를 볼 수 없고, 배우만 보고 있자니 무슨 소린지 도통 알 수가 있어야죠! 하지만 이야기가 지닌 힘과 과감하고 독특한 연출과 네 배우의 앙상블이 맞춘 듯 어우러진 The Bee는 언어를 넘어선 더 큰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벌의 윙윙거림,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벌의 일상처럼 우리도 우리의 색을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요? 두 달에 한 권씩, <오늘>을 만들면서 기계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요즘입니다.



박윤지
겨울은 시의 계절이고, 여름은 소설의 계절이라고, 언젠가부터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소설 몇 권을 연이어 집어들면서, 아, 이제 여름이구나. 벌써 그렇게 여름맞이를 마쳤습니다. 소설책을 손에 들고 매주 부지런히 걸었지요. 점봉산 곰배령, 운길산 수종사에도 올라 보고, 제이드가든 수목원에도 가보고, 간송미술관, 영인문학관, 사비나미술관에도 찾아가 보았어요. 초록으로 가득한 길들이었어요.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서둘러 그렁그렁 햇빛을 모았지요. 긴긴 장마 동안 조금씩 꺼내보려고요. 아무리 큰 비가 내린대도 <오늘>이 뽀송하고 상쾌하길.



박하나 아직도 잊지 못하는 그 맛. 지난 6월 양평 오일장에서 먹은 핫도그 맛입니다. 커다란 고목의 굵은 뿌리처럼 시장 여기저기 갈라진 골목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작은 공간에 튀김기계 달랑 하나 두고 난쟁이 의자에 앉아 핫도그를 튀기시던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할모니~ 핫도그 두 개여!” 앞뒤로 두 번 발린 설탕에 새콤하고 달콤한 케첩 듬뿍 뿌린, 옛날 학교 앞에서나 사 먹던 오동통한 자태 뽐내던 핫도그. 한 입 크게 베어 물고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했답니다. 사실 점심으로 소머리국밥 제대로 먹고 난 뒤였는데 말이죠. 제 인생에 새로 시작된 <오늘>. 냉동 핫도그에 밀가루 옷 입혀 다시 튀겨낸 거짓말 핫도그 아니라 수십 년 그 자리에서 한결같이 튀겨낸 그 핫도그처럼 언제까지나 달곰하고 아련하게 두고두고 기억되길 바랍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신화민
얼마 전 연극 <주머니 속 선인장>을 보았다. 어릴 때, 주머니에 넣은 선인장이 자신을 계속 찔러 울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이 연극은 남들은 보지 못해도 나를 계속 찌르는 것, 수치심을 이야기한다. 배우들은 주머니 속 선인장을 하나씩 꺼내놓았다. 수치심은 이제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그냥 그대로 놓아줄 때, 자유로워졌다. 나는 나의 수치를 어디로 놓아주어야 할까. 오랜만에 기사 쓸 기회가 주어져 ‘드라마의 거장’ 이장수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그분이 거듭해서 강조했던 ‘주인공 예수’라는 단어가 계속 맴돈다. 주인공 예수님 앞에 내 수치심을 던져봐야지. 내가 주인공인 양 다 붙들지 말고.










안미리
날씨 때문인지 마음마저 후텁지근했거든요. 상큼한 코미디 영화한 편 봤죠. 귀여운 청년이 친구의 친구를 사랑해 버리더군요. 평범한 장의사를 오페라 가수로 빛내주고도 뒤에서는 욕이나 먹는 할아버지도 나오죠. 대중의 관심 따위 성가셔하던 어떤 아저씨는, 사람들이 외면하자 제발 나 좀 봐달라며 우스꽝스럽게 애원했어요. 이거 엄청나게 웃긴 영화거든요? 그런데 전 매 에피소드가 슬펐어요. 뭐가 이렇게들 청승맞고 안타까운지! 굉장한 걸 깨달았죠. 실연 당하면 인류애가 바다처럼 넓어진다는 거. 잠깐, <오늘>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랑이 많잖아요? 다들 실연을 많이 겪으신 거예요?











최새롬 어두워져 가는 백제의 미소길 산행에서 휴대전화 배터리가 꺼졌을 때, 이렇게 죽으면 아무도 나를 못 찾겠구나 생각하면서 며칠 전 관람한 연극 <염쟁이 유 씨>를 떠올렸습니다.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한다는 말은 누구나 알지만 유 씨가 염을 모두 끝내고 쾅쾅- 관에 못을 박는 것을 보고 나니 ‘잘 사시게나’라는 당부를 그냥 흘려보낼 수가 없더라고요.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니 감사한 마음에 더,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휴가철 들뜬 마음에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하나 추가요!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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